현직 교사들이 전한 요즘 초등학교의 놀라운 근황
얼마전 유튜브 채널 랭킹스쿨에 출연한 현직교사들이 요즘 초등학교의 상황을 전했는데요.
저도 초등 1학년 딸을 두고 있다보니 알고리즘에 떠서 보게 되었어요.
근데 교사들이 전한 요즘 초등학생들의 모습이 조금 놀라웠어요.
물론 일부 아이들의 이야기일 수 있겠지만 학습능력은 과거에 비해 뛰어난 반면, 생활능력이 전반적으로
많이 떨어지는건 사실인 것 같아요.
소셜미디어나 포털에 초등 입학준비를 검색해봐도 한글 떼기, 영어 공부 등 학습적인 부분이 주를 이루는데요.
정작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건 아이들이 생활하는 기본적인 능력이 부족한 것이라고 합니다.
화장실을 혼자 가지 못한다거나 길을 찾지 못하는 1학년 학생들이 많다는게 선생님들의 공통적인 의견이었어요.
독일 초등학교는 어떨까?
저도 첫째가 1학년이라 학부모 상담도 여러번 다녀오고, (독일은 8월에 학기가 시작되어서 벌써 한 학기를 마쳤어요.)
학교가 집 바로 옆에 있어서 아이들을 관찰할 기회가 많은데요.
아이들의 학습능력에 있어서는 여기도 편차가 심한 편이지만,
기본적인 생활능력은 유치원에서부터 강조되는 부분이라 한국과는 좀 다른 것 같아요.
독일에서도 아이들의 주의 집중력이 과거에 비해 떨어지고,
ADHD 학생들도 늘고 있다는 점은 자주 다뤄지는 부분이기는 합니다.
1학년 때는 보조 선생님이 반마다 배정되는 경우도 있고, 이 부분은 학교마다 차이가 있답니다.
겨울에도 밖에 나가야 하는 독일 초등학생들
독일 학교에서 제가 느끼는 가장 큰 차이점은 긴 쉬는 시간이에요.
13시 15분까지의 정규 수업 중에 두번 쉬는 시간이 있는데 30분, 45분으로 꽤 긴 시간이죠?
이 시간 동안 아이들은 무.조.건. 교실 밖으로 내보내집니다.
예외가 없어요. 그리고 건물 밖으로 나가야 돼요.
아이들은 무조건 운동장에 나가서 30분, 그리고 45분 동안 뛰어놀아요.
운동장에 대단한 놀이기구가 있는 것도 아니에요.
보통 철봉이나 정글짐 등의 신체 활동 위주의 놀이기구가 있어요.
하지만 대부분 아이들은 운동장을 그냥 뛰어다니며 놀거나 술래잡기를 하기도 하고
모래 놀이나 돌, 나뭇가지 등을 주우며 시간을 보낸답니다.
그리고 수업종이 울리면 다시 건물 앞으로 모여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1학년 아이들에게 조금 힘들어 보이기도 한데요. 겨울에도 예외가 없으니까요.
더 놀라운건 만 5세부터 다닐 수 있는 Vorschule(예비학교) 아이들도 동일한 규칙을 따른다는거에요.
저는 이런 규칙에 아이가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예비학교에 아이를 보냈었어요.
1년동안 잘 적응해준 덕에 다행히 1학년에 입학해서도 학교 생활을 너무 잘 하고 있어요.
긴 쉬는 시간의 의미
긴 쉬는 시간은 독일 교육에서 그만큼 신체활동과 바깥활동을 중요시하기 때문이기도 한데요.
이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도 마찬가지에요. 돌 지난 아이들도 겨울에도 매일 바깥에 나가서 흙에서 뒹굴며 노는 시간이 있으니까요.
제가 느끼기에는 그 시간동안 아이들은 단순한 신체활동 이상의 것들을 배우는 것 같아요.
친구를 사귀는 법, 싸우고 화해하는 법, 때로는 혼자 시간을 보내는 법.
운동장에도 돌봄 선생님들이 계시지만 아이들에 최대한 개입하지 않고 지켜보는 역할이에요.
아이들끼리 문제가 생기면 선생님께 가서 얘기를 하구요.
아이들이 무서워 하는 레드카드
만약,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문제를 일으키거나 폭력적인 행동 등을 하게 되면 Rote Zettel 을 받게 됩니다.
이 역시 1학년도 예외는 없는데요. 레드카드 정도로 생각하면 될것 같아요.
이걸 받게 되면 부모님의 사인을 받아와야 하고 반복되는 경우 퇴학도 될 수 있어요.
저희 딸이 예비학교에 다닐 때 3학년 학생이 교장 선생님에게 반항하고 폭력적인 행동을 한 경우가 있었어요.
그 아이는 이미 레드카드를 많이 받은 상태였고, 그 일이 있고 나서 퇴학을 당했답니다.
아이들의 인성 교육에 있어서는 매우 엄격하다고 생각을 했어요.
공부는 천천히?
학습 능력은 아마 한국과는 비교가 안될거에요.
한 학기 동안 초등 1학년 딸은 아직 덧셈을 배우고 있고 10까지 배우는데 한달 반, 20까지 배우는데 또 한달 반이 걸렸던 것 같아요.
독일어 역시 알파벳 한 두개를 일주일 동안 배워요.
매우 느린 교육임에도 불구하고 따라가지 못하거나 버거워하는 아이들도 있더라구요.
수업 이외에 영어나 수학을 배우는 경우는 매우 드물어요. 물론 고학년이 되면 좋은 김나지움에 보내기 위해 과외를 받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어요.
한국에 7세고시가 있다면 독일엔 해마 배지가 있다!
한국의 7세 고시 이야기를 듣고 적지 않게 충격을 받았는데요.
한국의 학부모들이 입학 전 영어교육에 목숨을 건다면, 독일은 해마 배지에 목숨을 겁니다.
해마 배지는 수영 기초 코스를 마치거나 코스 없이도 시험을 본 뒤 획득할 수 있는 자격증? 같은건데요.
해마를 따기 위해서는 세 가지 기술이 필요해요.
1. 보조도구 없이 물 속으로 다이빙하기
2. 잠수해서 바닥에 있는 링 가져오기
3. 25미터를 쉬지 않고 수영하기.
그리고 여기에 수영 규칙을 숙지하는 것까지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이는 생존을 위한 수영으로, 실제로 물에 빠졌을 때 물안경을 쓰고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에
수업과 시험에서 물안경은 착용하지 않아요.
만 5에서 6세 아이들에게 쉽지만은 않겠죠?
그래서 보통 수영 수업에 등록해서 배우게 되는데 그 수업에 등록하는 과정 자체가 정말 쉽지가 않더라구요.
자정까지 기다렸다가 광클! 하거나 매일 전화해서 자리 여부를 물어보거나
방학 집중 코스를 미리 등록하거나.. 그 정도 노력을 해야 겨우 등록이 가능해요.
그것도 한번만에 따기가 쉽지 않아서 해마 배지를 따면 아이들도 부모들도 매우 기뻐하고 자랑스러워 하는 것 같아요.
지금 저희 딸도 해마 코스에 다니고 있는데 두 번째 도전이에요. 곧 시험을 앞두고 있어서 긴장이 됩니다.
사실 해마 배지가 없어도 3학년이 되면 해마 배지가 없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수영수업을 하게 되는데
그래도 늦어도 초등 1학년까지는 해마를 따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분위기에요.
이 부분에서는 독일 부모들도 꽤 열성적인 것 같아요.
학습에 치중한 한국의 초등 입학 준비
교육열이 높은 덕에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있을 수 있었고, 30+n년 전에도 대부분 한글을 떼고 입학했던 기억이 있지만,
한국에서 초등 입학의 의미가 너무 공부에 치중되어 있는 점이 좀 아쉬워요.
아이가 독일에서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일부러 알파벳을 따로 가르치지 않았는데, 선생님들이 가르치는 방식을 보고 미리 가르치지 않기를 너무 잘했다는 생각을 했어요. 1학년쯤 되면 학교에서 배우는 걸 금방 흡수하더라고요.
반면, 생활능력과 자립심은 하루아침에 길러지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을 두고 천천히 배워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입학 전부터 충분한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아이가 스스로 해낼 수 있도록 기다려주고, 작은 성공 경험을 통해 자신감을 키워주는 것이 학습만큼이나 중요한 준비 과정이 아닐까요?
또한, 입학 후에는 단순히 학습 성취도뿐만 아니라 아이가 학교에서 잘 적응하고 친구들과 좋은 관계를 맺으며 생활하는지도 함께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껴요. 결국, 초등학교 입학은 단순히 공부를 시작하는 시기가 아니라, 사회 속에서 한 구성원으로 성장해가는 첫걸음이니까요.
한국에서도 학습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생활능력과 사회성을 기르는 것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지길 바라며, 각 가정에서 아이들이 균형 잡힌 성장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경험을 제공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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