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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적함구증

만 4살 무렵 시작된 첫째의 선택적 함구증 이야기

첫째가 만 3세 반이었던 2021년 봄, 남편은 장기 유급 휴가 중이었고 첫째는 키타를 다니고는 있었지만 

약간의 감기 증세가 있거나 키타에 코로나가 돌기라도 하면 자체 가정보육을 하며 지내고 있었어요. 

 

그렇게 키타를 보내는 날이 적다보니 한국 가정인 우리 집에서 아이의 한국어 실력은 일취월장 중이었고,

독일어는 상대적으로 더디게 발전했어요. 첫째 아이가 말문도 빨리 트였고 또래에 비해 언어 발달이 빠른 편이었어서 

한국어만큼 따라오지 않는 독일어 때문에 키타에서 답답하거나 스스로 위축되지는 않을지 늘 걱정을 하고 있었어요. 

아마 첫째라 엄마로서 경험도 없으니 더 걱정을 했던 것 같아요. 

 

아이가 독일어로 문장을 길게 구사하는 걸 본 적이 없으니 친하게 지내는 독일 이웃들과 자주 아이의 독일어에 대해 

고민을 털어 놓기도 했었는데 지금 생각을 해보면 제가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옆에서 아이가 다 듣고 있었나봐요. 

스스로 후회되는 부분 중의 하나에요. 

 

독일의 많은 지역에서는 'Das Vier und halbjärige Gespräch' 만 4세 반이 되면 학교 입학 전 아이의 발달 상태를 확인하고

부족한 부분이 있는지 점검하는 프로그램이 있어요. 

만 4세 반 이상이 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학교에 방문하여 담당 선생님과 면담을 통해 아이의 언어발달, 운동 능력, 사회성, 인지적 발달 등을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조기 지원을 제공하기도 한다네요. 

 

아무튼 첫째의 면담이 있었을 때, 아이는 한마디도 대답을 하지 않았고 문제를 보고 손가락으로 가리키거나, 

그림을 그리는 정도만 해냈어요. 그런데 이 때까지는 아이의 독일어가 부족해서라고만 생각을 했었던 것 같아요. 

키타에서는 그래도 대답을 한다고 들었기 때문에 면담 선생님께서 키타에 전화를 해서 독일어 부분은 다시 확인을 하겠다고 하고 면담을 마쳤어요. 보통 키타와 학교, 그리고 교육을 담담하는 행정부서 간의 소통이 잘 이루어지는 편이에요. 

부모가 동의를 하면 언제든 서로 전화를 해서 아이의 발달 상황에 대한 부분을 질문할 수 있어요. 

4살 반 무렵 아이가 그린 아빠

 

저는 엄마로서 이 날 이후부터 좌절감과 실망감, 우울감까지 느끼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주변에서 많은 독일 엄마들이 자기 아이도 대답을 못했다. 아이들은 부끄럽고 처음 보는 사람을 신뢰하지 못해서 그럴 수 있다. 라고 얘기를 했기 때문에 상황을 아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않았어요.

 

독일에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아시겠지만 아기가 태어난 이후부터 모든 면에서 독일은 웬만한 일에 크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편이에요. 키타에서도 외국인 가정의 아이니 독일어가 조금 느릴 수 있고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분위기였고, 그 누구도 테라피나 상담을 데리고 가보라고 권유하지는 않았어요. 

 

그리고 이 때는 따로 만나는 한국 사람들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독일어 문제로만 생각을 하고 있었답니다. 

아이를 한인 학교에 보내기 전까지는요. 

 

한인 학교에 보내고 나서 알게 된 선택적 함구증 이야기는 다음 편에 해볼게요. 

오늘 이 곳은 오랜만에 맑은 겨울 날씨네요. 

오늘 보름달을 1월에 처음 뜨는 보름달이라서 여기서는 Wolfsmond라고 해요. 

직역하면 늑대의 달. 아마 추운 겨울밤 보름달 아래 늑대가 자주 울부짖는 현상이 있어서 그렇게 말하나봐요.

Wolfsmond는 자신을 돌아보고 새로운 계획은 세우는 시기라고 하네요. 

 

오늘 한국 하늘도 맑은 하늘이기를, 보름달 아래 원하시는 일들 차분히 계획할 수 있는 밤을 보내시기를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