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적 함구증에 대해서 알게 된건 금쪽같은 내새끼를 통해서였어요.
당시 방송을 보면서 우리 아이에게도 가능성이 있겠다고 짐작은 했었는데
독일어의 문제인지 선택적 함구증인지 명확히 판단을 못하겠더라구요.
그러다가 아이가 한인학교에 진학할 수 있는 시기가 되어서 등록을 하게 되고 첫 수업에 갔어요.
이 때까지 저는 우리 아이가 독일어는 아직 자신이 없어서 키타나 다른 곳에서 소극적인 모습이지만
한국말은 잘하니까 한인학교에 가면 아이가 기를 좀 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던 것 같아요.
그러나 제 예상과 달리 한국 선생님의 물음에도 입을 꾹 닫고 대답을 못하더라구요.
이 때 저는 많이 당황을 했어요. 제 예상과 너무 다른 행동이었고 내가 내 아이에 대해 정말 잘 모르고 있었구나..라는 자책이 밀려왔어요.
그리고 수업을 3회, 4회가 넘어 거의 두달을 채워가는 동안에도 대답을 잘 못하고 주눅이 들어 있는 모습에
답답하고 화도 났던 것 같아요.
이 무렵 동네에 있는 큰 교회에서 하는 합창 수업도 보내고 있었는데 합창 수업, 그리고 한인 학교 모두 가기 싫어하고
참여를 잘 안해서 매주 수업이 있을 때마다 아이도 저도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매번 설득하고 싸우고..를 반복했어요.
선택적 함구증의 진단 기준이 당시 금쪽같은 내새끼 방송에 소개된 바로는
1. 지적, 언어적 발달에 문제 없음
2. 사회적 상황에서 증상이 심해짐
이렇게 소개되었는데 저희 딸에게 완전히 100% 해당한다는 걸
한인학교에 보내고 나서 알게 된거죠.
그리고 키타에 가서 선생님께 의논을 했어요.
저희 딸이 선택적 함구증, 독일어로는 Selektiver Mutismus 인 것 같다.
아이가 편하게 말할 수 있도록 지켜봐달라구요.
선생님들 중에서는 아쉽게도 선택적 함구증에 대해 알고 있거나 이해하고 있는 분이 전혀! 안계셨어요.
지켜보겠다는 대답을 들었지만 이로부터 1년쯤 지난 뒤 아이가 키타에서 선생님들과는 한마디도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1년 동안 면담을 따로 요청하지 않는 제 잘못도 있었겠지만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학교를 들어가기 1년 전에는 학교에서 준비과정인 Vorschule를 다니는 것으로 결정을 했어요.
독일에서는 만 5세 어린이들은 키타 또는 학교에서 학교 준비 과정을 보내게 돼요.
키타에서는 보통 만 3세부터 5세 아이들이 함께 지내는데 만 5세가 된 아이들은 매주, 또는 매일 정해진 시간 따로 모여서
학교 준비 과정을 따로 보낸답니다.
또는 학교 Vorschulklasse(입학 준비반)에 들어갈 수도 있어요. 초등 입학과 마찬가지로 입학식도 하고 정해진 반에서 1년 동안
입학 준비 과정을 다녀요.
저는 아이의 선택적 함구증 때문에 어느 쪽이 옳은 선택일지 많이 고민을 했었고,
새로운 환경에 들어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학교 Vorschulklasse 에 보냈어요.
그 무렵 소아과에도 문의를 했었는데, 아직 만 5세이니 사회성이 발달해가는 시기이고
원래 소극적인 아이들도 많고, 그건 그 아이의 기질이라는 답변을 들었어요.
그래서 마냥 지켜보고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답니다.
그 동안 제 마음은 타들어 갔던 것 같아요. 날마다 더 안좋아졌으니까요..
그런 상태로 포어슐레 Vorschule 에 입학을 했어요.
입학 이후에도 많은 일들을 겪었는데 그건 따로 이야기를 작성해야겠네요.
해외에 계신 한한 가정의 자녀 가운데에는 아마 저희와 비슷한 상황을 겪으신 분들이 계실 것 같아요.
다른 분들은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저희 사례를 공유하는게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렇게 써보고 있어요.
저희 아이는 아직 현재진행형이구요.
그래도 학교 생활은 너무 잘 적응하고 있고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상황이에요.
담임 선생님들은 저희 아이에게 이런 증상이 있다는 걸 상상도 못하세요.
학교에서는 대답도 잘 하고 문제 없이 지내고 있어요.
선택적 함구증은 단기간에 나아지기를 기대해서는 안되는 것 같아요.
그걸 기대했던 마음이 결국 제 자신을 더 힘들게 했었구요.
저를 비롯한 많은 엄마들의 마음이 편해지기를 바래봅니다.
저도 매일 그렇지는 못해요 ㅠㅠ
오늘도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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